혼자서 뚝딱 뚝딱

지금 어디에 있건 나는 프로그래머라고 생각을 한다. 프로그래머와 관련없는 재단에서 업무를 이어간지 벌써 1년하고도 7개월이라는 시점에서 나는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아직도 좋아한다.

최근에 받은 업무 중에 일반 도서 관리 업무가 있다. 지금까지 재단에서 수집하거나 구입, 혹은 기증받은 도서를 입력하고 정리하는 업무다. 도서 관리 프로그램을 구입하고, RFID 장비까지 구입해서 책을 정리해 나가지만 사실… 무의미한 느낌의 업무였다.

책을 정리하면 뭘 하나, 읽을 수 없는 책을 쌓아서 어디다 쓰나?

이 생각에 하루 종일 답답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뚝딱 뚝딱 만들었다. 재단 전용 도서 검색 프로그램.
전체 소요시간을 생각하면 대략 2-3일? Python과 Flask를 이용해서 간단하게 구현하고 서버에서 구동하고 실제 오픈에 걸린 시간이다. 사실 3일 중에 1일은 이쁜 CSS를 찾는 일이었다. 역시 디자인과 관련된 감각은 타고 나는 것인가 보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서의 직업을 버리고, 재단의 연구직(이라고 쓰고 사무직이라 읽는다.)으로 오면서 혼자서 뚝딱 뚝딱 거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이디어는 주변에서 툭툭 던져주고 그걸 취미삼아(업무시간 중에) 뚝딱 뚝딱 구현해서 보여주면 우와! 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내부는 개판인데 뭐… 일단 돌아만 가면되는거 아닌가?

혼자서 뚝딱 거리고 있으면 신기해하는 사람도있고 뭘 그런거까지 만드냐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프로그래밍이 제일 재밌는 것 같다. 아니다. 일이 아니니까 재밌을 수도 있겠다.

재단에서 1년 6개월, 이제 슬슬 고민이 되는 시점이다. 나는 이대로 괜찮은가? 혼자서 뚝딱 거리는 걸로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프로그래머라고 불러도 되는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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